인문학에 묻다

요시다 겐코 - 도연초 中

달려라후니2 2010. 8. 8. 05:50

가마쿠라 말기에서 남북조 초기에 활동한 와카(和哥, 일본의 전통적인 정형시) 작가 요시다 겐코가 와카로 드러내지 못한 다양한 느낌이나 인생관을 편안하게 써내려간 수필집으로 일본 수필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세상일에 순응하며 살아가다 보면 마음은 세속의 티끌에 묻혀서 흐트러지기 쉽고, 다른 사람들과 사귀게 되면 남을 의식하여 자신의 참마음을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남들과 어울려 시시덕거리고, 물건을 놓고 서로 다투기도 하며, 때로는 상대방을 원망하다가도 때로는 매우 기뻐하기도 한다. 이렇듯 인간의 마음이란 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갖가지 생각들이 멋대로 일어나 끊임없이 이해와 손실을 재보게 한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치 술 취한 상태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과 같다. 무엇엔가 열중하여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며 자신을 잊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란 모두가 이와 같은 상태에 놓여있지 않을까.

...


찰나의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어떤 깨달음 때문에 시간을 아낄 필요가 없다고 느낀 탓일까. 아니면 어리석음 때문에 시간을 아낄 이유조차 모르기 때문일까. 어리석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줄 모르는 게으른 사람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한 푼은 아주 적은 돈이지만 이것을 계속 쌓아 가면 가난뱅이를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사꾼이 한 푼을 아끼는 마음은 절실한 것이다.

……만일 누군가 당신의 목숨이 내일까지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고 알려준다면, 오늘 해가 저물 때까지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라는 날도 내일이면 죽으리라는 그 날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게다가 우리는 하루 동안 밥 먹고 똥오줌을 가리며 잠자고 말하고 걷는 시간 등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얼마 되지 않는 나머지 시간을 이롭지 않은 일을 하고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며 시시한 일을 생각하면서 한 시간을 흘려버리고 또 하루를 보내며 그것이 쌓여 한 달이 되고 마침내 일생을 헛되게 보내게 된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시간을 아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음속의 잡념을 쓸어내고 주변의 번잡한 일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멈추고자 하는 자는 멈추고, 수행하고자 하는 자는 수행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