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묻다

나귀 안장

달려라후니2 2010. 8. 7. 01:24

 

 

「나귀 안장」은 17세기 프랑스의 우화작가 라퐁텐의 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화가가 어느 날 먼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평소에 의처증이 있던 터라 아내의 행실에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단다. 화가는 고심 끝에 아내의 은밀한 곳에다 붓으로 나귀를 한 마리 그려 놓기로 했다.
만약 정숙한 아내라면 화가가 집에 돌아왔을 때 붓으로 그린 나귀가 그대로 남아 있을 테고,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운다면 나귀가 지워져서 없어질 테니, 음란의 증거를 확실히 잡게 될 것이었다. 피에르 쉬블레라의 「나귀 안장」은 지금 화가 남편이 아내의 아랫배에 나귀를 그리고 있는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화가가 집을 비우기 무섭게 아내는 애인을 불러들인다. 상대는 다름 아닌 이웃집 화가였다. 요부의 남편보다 그림 솜씨가 한 수 위였던 그는 흠뻑 땀을 쏟고 난 뒤에 나귀가 지워진 자리에다 감쪽같이 새로 한 마리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원천기술을 빙자해서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재주를 뽐내는 자는 제가 판 구덩이에 빠지는 법. 나귀를 새로 그리면서 원래 없었던 안장을 얹어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바람둥이 아내의 비밀행각이 탄로 났음은 물론이다. 그 후 ‘나귀 안장’은 프랑스에서 어설픈 바람둥이를 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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