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체 걸으며 생각하고를 반복한다.
가다보면 언젠가 와 본듯한 곳에 시선을 빼앗기고 그러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도 떠오르게 한다.
길이 몇 갈래 나뉘어 있지만 모두 이어져 있는 길이란걸 알고 있다.
산 정상을 잠시 바라보며 키가 별로 크지 않구나 읊조린다.
산을 따라 정상을 향해 가는 길은 하루 걸음량이 만보도 안되는 나에게는 쉬운 길만은 아니었다.
탁한 도시에 살면서 어느세 숨고르는 것조차 어떻게 하는지 잊고 있는 나에게 산내음이 더 신기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살아있는 산은 지금 나같은 인간을 지구인으로 믿지 않을 것이다.
가끔은 어떻게 숨쉬고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모를때도 있으니 어디에 신고하지 않는 것만 봐도 계속 더 지켜볼 모양이다.
걸어가며 생각하는 그 길에서 나보다 키가 작은 것은 몇 개 안됐다.
그러면 그렇지.
걷고 또 걷는 중에 산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흉내낼 수 없는 소리였다.
기계로 녹음한다 해도 녹음되지 않는 소리였다.
시원한 소리였다.
그래서 무서운 소리이기도 했다.
온갖 거짓과 베일에 뒤덮여 스스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에게 베일을 벗기고 거짓을 씻어버리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눈물까지 흘릴뻔했다.
북서쪽에서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 내 뺨을 순간 치고 달아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부모 잃은 아이처럼 울었을 것이다.
순하고 순한 하늘빛이 내 눈빛까지 물들이고 고작 살기 위함이 아닌 마음 깊은 곳까지 깨끗함을 전하는 숨쉬기를 하며, 믿기 힘든 소리에 별별 잡 생각에서 벗어나 나를 보게 되나 참 부끄럽게 좋았다.
나는 그와 대화하는 방법도 몰랐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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